2009년 11월 07일
안들어가는 3점 슛
농구를 스물 다섯이나 되어야 좋아하게 됐다. 키는 얼추 큰편인데,
어렸을 적 부터 거칠고, 다치고, 모험을 꿈꿀만한 행동에 겁이 많아서 운동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래서 군대가서 배로 고생했다. 팔다리가 젓가락이었는데 팔굽혀 펴기를 매일해야 하는 곳이라니.)
항상 키가 크면 듣는 소리가 그거였다. "너 농구 잘하겠다!" "아니야 정말 못해, 해본적도 없는 걸."
하두 듣다 보니 물어보지도 않은 질문에 먼저 답한 적도 있다 ."난 농구 못해!" 그럼 상대방은 "-_-?"
사실 그 소리를 듣는 것도 지겹거니와, 원치 않게 시간이 남을 때, 책을 읽기에는 몸에서 피들이 안정적이지 않고 요동칠 때,
그때는 나가서 풀고 와야, 차분하다.
한 껏 슛을 던지는데 역시나 30분 이상은 몸을 풀어줘야 다리를 받는 지지대도 넓어지고 팔을 좀더 위로 죽 펴게 되어
Clean을 성공시키기 위한 슛을 몇번이고 던진다.
왼손 레이업은 아마도 내 속도로는 1년이나 더 해야 익숙해질듯하다 어떻게 보폭을 맞추는 지도 모르겠고.
심심한 나날이다. 오늘은 유난히도 3점슛이 안들어간다.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데 5~6명 중학생 쯤 되는 녀석들이
공을 가지고 오더니 머뭇머뭇 댄다. 난 어차피 갈 것이라 "여기 쓰세요." 라고 말했는데 굉장히 깍듯이 "감사합니다!" 한다.
흠칫 놀랐다.
땀에 젖은 얼굴과 함께 엘레베이터에 타서 거울을 봤더니, 이런 왠 아저씨가 한명 서 있다. 많이 늙었긴 늙었구나.
몸만큼 마음은 늙지않고, 성숙하지 못해 어쩌나 하는 웃기지도 않은 걱정이 안들어가는 3점슛 같다.
중요한 일이 아닌 일에 시간을 쏟고 있다.
내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그런 생각만이 머리를 싸돌고 싸돌고 싸돈다.
책상에는 신곡이 놓여져 있고, 저 책장마저도 열지 않으면, 나는 캘베로스에게 잡아 먹힐 것 같은 상상이 드든 나날이다.
# by | 2009/11/07 18:05 | 독백 | 트랙백 | 덧글(0)


